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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관이야기

기획홍보팀
[세계일보] 장애인들로 구성된 푸르메오케스트라 전문 예술인 꿈꿔요
작성일
2017-04-21 11:36

2017-04-19



장애인들로 구성된 푸르메오케스트라 전문 예술인 꿈꿔요



“준비. 소리 내지 말고 팔꿈치 바르게 들고. 하나, 둘, 셋!”


장애인의 날(20일)을 일주일 앞둔 지난 13일 서울 종로구 세종마을푸르메센터 3층의 한 연습실. ‘푸르메오케스트라’ 조명민(48·여) 단장이 지휘봉으로 단상을 두드리며 말하자 3층 전체가 웅장한 선율로 가득 찼다. 하지만 조 단장의 마음에는 들지 않았던 모양이다. 


“연습 안 하나봐? 매일 연습해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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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메오케스트라 단원들이 19일 오후 열린 서울 종로구의 장애인의 날 행사 초청공연을 앞두고 합주 연습을 하고 있다.

맨 오른쪽은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있는 조명민 단장. 서상배 선임기자


따끔한 지적에 연주 소리가 이내 잦아들었다. 잠깐 숨을 고른 조 단장이 다시 지휘봉을 들자 단원 14명은 지휘에 맞춰 화음을 내기 시작했다. 모두들 금세 연주에 빠져들었다.


단원들의 악보는 먼발치에서 언뜻 봐도 형광펜과 연필 자국이 선명했다. 이날 합주 연습은 오후 5시부터 2시간 동안 이어졌다.


장애인의 재활과 자립을 돕는 푸르메재단 산하 종로장애인복지관이 운영하는 푸르메오케스트라는 2014년 8월 만들어졌다. 단원은 발달장애인과 시각장애인 25명으로 꾸려졌다. 연령 제한이 없어 단원은 중학생부터 성인까지 연령대가 다양하다.


단원들은 오케스트라 활동이 재미있다고 입을 모았다. 발달장애가 있는 장요한(30)씨는 “첼로를 하는 게 좋다”는 말을 여러 번 반복했다. 그는 대학에서 피아노를 전공해 피아노도 잘 친다.

 
중학교 때 연주부에 들어가 클라리넷을 배우기 시작한 배세원(34·여)씨는 “음악을 좋아하고 오케스트라 활동이 즐겁고 재밌다”고 연신 웃었다. 배씨는 갓난아기 때 열성 경기로 시력을 잃었다. 시각장애가 있는 단원 5명은 온전히 귀에 의지하며 다른 단원들과 보조를 맞춘다. 곡을 반복해 들으며 달달 외운다고 한다. 점자악보를 제작할 여건이 안 되기 때문이다.

장애로 인해 여러모로 힘든 환경이지만 음악은 이들의 삶을 지탱하는 기둥이다. 배씨 어머니 최현희(65)씨는 “딸이 음악 활동을 하며 한결 밝아졌다”고 전했다. 


푸르메오케스트라는 올해 1월 뒤늦게 창단 기념 연주회를 가졌다. 원래 악기를 다룬 단원도 있지만 오케스트라에 합류하며 악기를 처음 접한 단원들도 있어 창단 이후 1년 넘게 단원들의 역량 강화와 교육 훈련에 매진했다.


지난해 1월 부임한 조 단장은 “완벽에 가까운 연주회가 됐으면 하는 마음에 연주회 한 달 전부터는 월∼토요일 오전 9시부터 오후 7∼8시까지 단원들을 일대일로, 악기별로 가르쳤다”며 “어느 날은 다리가 얼얼해 확인해 보니 양쪽 허벅지 앞부분에 피멍이 들어 있었다”고 말했다. 박자를 맞추려고 손으로 허벅지를 계속 때려가며 지도해서다. 발달장애가 있는 조 단장의 아들도 푸르메오케스트라에서 첼로를 켜고 있다.

 
푸르메오케스트라 단원들이 19일 오후 열린 서울 종로구의 장애인의 날 행사 초청공연을 앞두고 합주 연습을 하고 있다. 서상배 선임기자


혹독한 연습은 빛을 발했다. 창단 기념 연주회 때 관객 800명이 1, 2층 좌석을 모두 채웠다. 연주회가 끝난 뒤 단원들의 자신감도 눈에 띄게 높아졌다고 한다. 오케스트라는 19일 서울 종로구가 마로니에공원에서 개최한 장애인의 날 행사 초청공연에서도 박수갈채를 받았다. 


푸르메오케스트라의 목표는 장애인직업재활시설이 되는 것이다. 그리되면 단원들이 음악 활동을 하며 경제활동도 하는 ‘장애인 전문 예술인’으로 발돋움할 수 있다.


“장애인이라 하면 무엇이 됐든 잘하지 못할 거라고들 생각하는데, 재능 있는 친구들이 많다. 이 친구들 스스로 노력하고 주변에서도 응원해 줘야 (장애인들이) 사회에 기여하고 융화할 수 있다.”


조 단장은 장애인들이 당당한 일원으로서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를 꿈꾸고 있었다. 누가 됐든 함께 꿈꿔야 하는 것이기도 하다.



박진영 기자 jy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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